더피알 매거진

최태원 회장 “수출주도 경제 한계…해외인력 500만명 들여야”

관세·인플레·AI '삼각파도' 우려…“AI, 선택과 집중 필요”
“新국제질서, 글로벌 경제연대·소프트파워로 대응해야”

  • 기사입력 2025.01.20 13:00
  • 최종수정 2025.01.21 09:13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KBS 일요진단에서 기존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의 한계를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국제 질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연대·내수 확대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이 바이든 정부 4년간 1천500억달러로 늘어난 것을 들며 통상 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세계 무역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1대 1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 년간 활용했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를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과 룰이 바뀌는 것에 비유하며 "지금까지 씨름을 잘해왔던 선수라도 당장 수영을 해서 경쟁하라고 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 씨름 선수에서 수영 선수로 탈바꿈하거나 최소한 물속에서 씨름을 하자고 (룰을)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연대, 해외 투자와 소프트파워 등 대체 모델, 해외 시민 유입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지금 (세계 경제) 룰(rule)을 결정하는 나라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EU) 경제블록 정도"라며 "함께 연대할 파트너와 추구해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을 협력 가능한 상대 국가로 꼽았다.

해외 투자와 소프트웨어 등 기존 수출을 대체할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 규모에 비해 해외에 전략적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엔비디아 안에 대한민국의 포션(투자 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투자 다각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통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 상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외 시민을 유입해 단순 관광 정도가 아니라 장기 거주해 국내에서 일도 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어 "인구의 약 10%인 500여만 명의 해외인력 유입이 필요한 상황"이라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현장.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현장. 사진=뉴시스

"제조 AI, 한국 차원 LLM 반드시 필요"

인공지능(AI) 패권전쟁에 대한 전략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컨센서스, 즉 국가 차원의 전략이 중요하다"며 “AI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가 아니라 그 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제조 AI와 한국 차원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제조 AI에서 뒤지게 되면 제조업 전체가 무너진다"며 "(그 부분의) 최대의 강적은 중국이다. 중국은 제조업의 사이즈가 훨씬 더 커서 가질 수 있는 데이터나 케이스도 많고 AI의 능력도 우리를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또 "'디지털 푸어'처럼 AI도 'AI 디바이드'가 생길 수 있다. AI를 잘 활용해 기회를 포착해서 기회를 잘 만드는 사람도 있고, 거기에 희생돼서 사회적으로 낙오되는 형태도 있을 것"이라며 "낙오를 막을 방법과 방안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에너지 조달과 관련해서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며 "중앙집권식의 그리드 시스템이 아니라 분산 전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정책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냐가 핵심이고, 외부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원을 새롭게 배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경제도 변화에 맞게 자원배분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모든 경제주체가 토의와 컨센서스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것에 대해서는 "황 CEO가 제품의 속도를 상당히 강조하기 때문에 항상 만나면 그 다음 제품은 언제까지 만들지에 대한 논의를 한다"며 "그동안 빨리 개발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조금 빨랐다"고 전했다.

이번 대담은 정·재계 리더들의 한국 사회 방향과 과제를 진단하기 위한 취지로 약 1시간에 걸쳐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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