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K라면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네덜란드를 유럽 시장 공략 거점으로 삼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가 유럽 내 물류 중심지이자 법인세율이 낮아 기업 활동에 유리한 요인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오는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한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삼양식품도 지난해 8월 네덜란드 암스텔벤에 유럽 법인(Samyang Foods Europe B.V.)을 세웠다.
풀무원 역시 연내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과 삼양식품 모두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이유로 물류 효율성을 꼽았다. 유럽 주요 하천인 라인(Rhine)강을 비롯해 마스강(Maas)·스켈트강(Scheldt) 등이 모두 네덜란드 영토를 가로지른다. 특히 대서양 연안의 로테르담항은 유럽 내 물동량 1위다.
항구와 연계된 철도·육상 교통망도 갖추고 있어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다.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이 낮다는 점도 K라면 업체들의 유럽 법인 설립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네덜란드는 2010년에도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등 유럽 내에서도 법인세율이 비교적 낮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24년부터 연간 매출 7억5000만유로 이상의 대규모 국제 기업에 대해서는 최소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새로운 최저 법인세 제도를 도입했으며, 혁신박스(Innovation Box) 제도를 통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지식재산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낮은 세율(9%)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제도, R&D 투자 촉진을 위한 원천세 및 각종 세액공제 제도와 같은 기업 친화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구글, 넷플릭스, 테슬라,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도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두고 있다.
유럽 라면 시장의 성장세와 다양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유럽 라면 시장은 국가별 1위 브랜드가 다를 정도로 맛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존재한다.
유럽 라면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 규모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연 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 평균 25% 성장해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24년 매출은 전년대비 약 40% 성장하며 공격적인 시장관리를 위한 법인 설립의 필요성이 커졌다.

농심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테스코(Tesco·영국) ▲레베(Rewe·독일) ▲알버트 하인(Albert Heijn·네덜란드) ▲까르푸(Carrefour·프랑스 및 유럽 전역) 등 유럽 핵심 유통채널에 대한 신라면 등 주요 브랜드 판매규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향후 대형 유통사와 협의해 각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유럽 내 관심이 높아진 K푸드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신제품의 빠른 현지 출시도 병행한다.
농심은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부산에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한다. 녹산 수출전용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농심은 국내 최다인 연간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등 매운 라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을 가진 농심 제품 라인업이 유럽시장 공략에 효과적일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요 제품의 입점 확대와 현지 식문화 맞춤 제품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2030년 3억 달러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