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삼성·LG, ‘AI 홈 허브’와 ‘초대형 사이니지’ 두 무대서 격돌

스마트홈 맞춤화와 글로벌 옥외광고 시장 공략, 소비자·기업 모두 겨냥

  • 기사입력 2025.09.15 16:49
  • 기자명 최현준 기자

더피알=최현준 기자|삼성과 LG전자가 동시에 ‘새로운 무대’에서 맞붙고 있다. 가정 안에서는 AI 홈 허브를 앞세워 생활 패턴을 더 똑똑하게 관리하고, 도심 한복판에서는 초대형 사이니지를 내세워 도시 공간과 브랜드 경험 장악 경쟁에 나섰다.

이는 소비자의 일상에서부터 글로벌 랜드마크까지 양사의 전략 전선이 B2C와 B2B로 넓혀가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LG전자 'AI 허브' 경쟁...AI 홈 시대 선두 확보 치열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의 경쟁이 AI(인공지능) 홈 시장으로 불이 붙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의 가전과 IoT 기기, 외부 서비스를 연동하고, 다양한 생활환경을 맞춤 조율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올해 1544억 달러(217조 원)에 달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전용 스마트홈 허브 신제품인 '싱스원'을 이달 출시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싱스'와 연동해 각 가정 내 스마트홈을 쉽게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삼성에 이어 LG전자도 최근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5'에서 AI 홈 허브 ‘LG 씽큐 온(ThinQ ON)’을 선보이며,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글로벌 가전 업계 양대 산맥인 두 업체가 AI 홈 시대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AI 홈 허브, 무엇에 활용하나

AI 홈 허브는 AI 가전과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통합 제어하는 장치로, 여러 기기를 통합적으로 관리·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AI 홈 허브가 없다면 리모컨이나 전용 앱 등을 통해 기기별로 각각 설정과 관리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리모컨으로 커튼, 조명, 난방을 작동시킬 수 있지만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홈 허브를 활용하면 사용자 생활 패턴에 맞게 자동화·통합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수행하는 기상 루틴을 만들 수 있다. 앱이나 음성으로 일상에서 아침마다 하는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 AI가 자동화를 통해 기상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커튼을 열고 날씨와 일정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센서'와 접목하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다. 사용자가 외출해 집안에 인기척이 없다면 AI가 인덕션, 전등, 가전기기들 전원을 차단하고, 문 잠금 및 보안 시스템을 자동으로 활성화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더해 TV 앞에 사람이 없으면, 보고 있던 영상의 재생을 자동으로 일시 정지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의 생활환경과 패턴을 파악해,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생성형 AI를 탑재해 고객과 대화하며 맥락을 이해하고, 생활 패턴을 학습·예측해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AI 홈 허브 ‘LG 씽큐 온’. 사진=LG전자
생성형 AI를 탑재해 고객과 대화하며 맥락을 이해하고, 생활 패턴을 학습·예측해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AI 홈 허브 ‘LG 씽큐 온’. 사진=LG전자

개인화된 AI 홈 경험 확산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도입되면서 AI 허브를 통해 대화하듯 명령어를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명령이나 사용자의 대화에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에어컨 끄고 로봇 청소기 돌려줘.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제습기 틀어줘"라거나, "침실에 있는 조명 모두 꺼줘" 등 공간별로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사용자를 목소리도 구분한다. '보이스ID' 기술을 활용하면 각기 다른 목소리를 인식해 어떤 사용자가 명령, 질문했는지에 따라 맞춤형으로 기능을 수행해 준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의 목소리인지 인식하고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AI 홈 기술은 앞으로도 더욱 진화한다. 삼성전자는 '앰비언트 AI'를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명령이나 입력 없이도 주위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고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지능형 AI 시스템을 뜻한다.

LG전자도 집뿐 아니라 모빌리티 공간에서도 사용자를 인식해 집 안 조명과 온도, 음악까지 사용자 맞춤형으로 조절하는 등 고객의 삶과 교감하며 조화를 이루는 AI 홈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도 음성 컨트롤 허브나 스마트 스피커 등의 제품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도 음성 비서와 AI가 스마트홈 생태계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솔루션을 소비자 시장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B2B(기업 간 거래)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량 절감이나, 시스템 원격 진단과 관리, 직원 안전 관리 솔루션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서울 광화문의 KT광화문 웨스트 사옥. 사진=뉴시스
서울 광화문의 KT광화문 웨스트 사옥. 사진=뉴시스

삼성·LG, 서울 한복판서 '초대형 사이니지' 경쟁 점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울 대표 명소의 빌딩들에 사이니지를 공급하며, 초대형 사이니지 경쟁에 붙을 붙이고 있다. 사이니지는 건물 외벽 등에 설치되어 영상 콘텐츠를 송출하는 대형 스크린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리모델링을 끝낸 KT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급했다. 사이니지의 크기만 1770㎡로 농구장 4개 크기에 달해, 국내 중에서도 매우 큰 면적에 속한다.

오치오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의 최고 기술을 집약해 만들었다"며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대로 사거리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코리아나호텔 빌딩 외벽에는 LG전자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사이니지가 설치되어 있다. 농구장 3개 크기인 1200㎡ 규모로 외벽을 사이니지로 가득 채웠다.

정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을 광화문과 명동 등 주요 지역으로 확대하자, 기업들이 앞다퉈 옥외 전광판 설치를 늘리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 빌딩 외벽. 사진=뉴시스
서울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 빌딩 외벽.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광화문 이외에도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여의도 더현대 뿐 아니라 인천의 인스파이어 리조트까지 초대형 사이니지 설치를 늘리고 있다.

LG전자도 명동 교원 내외빌딩,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프로풋볼리그 풋볼팀 홈구장까지 사이니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또한 B2B 사업의 매출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TV와 가전 사업의 부진한 성장세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 간 거래(B2B) 대표 사업인 사이니지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이니지 사업은 단순 일회성 판매가 아닌, 설치·운영·콘텐츠 등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관광 명소에 설치되는 만큼 LED,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자사의 기술력 홍보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는 가전 등 전통 사업이 둔화한 상황에서 사이니지를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선택했다"며 "앞으로 서울은 뉴욕, 런던과 같은 글로벌 사이니지 경쟁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