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민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우주 진출 도전, 지역의 클러스터 전략, 정부의 데이터 개방 정책이 한데 맞물리며 국내 우주항공산업에 새로운 동력이 붙고 있다.
LG의 우주 부품 실증부터 제주·사천의 현장 전략, 우주항공청의 제도적 지원까지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LG, '슈퍼스타트 데이'서 우주로 가는 부품 최초 공개
LG가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스타트업 발굴·육성 행사인 '슈퍼스타트 데이 2025'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 LG의 미래 사업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비롯해 로봇, 우주산업,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혁신 기술이 한 공간에 모인다.
슈퍼스타트 데이는 스타트업 육성·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유망 스타트업들이 LG 계열사·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성과를 발표하고, 협력·투자 유치 기회 확대 발판으로 삼는다.
LG는 행사에서 국내 유일의 달 탐사 로버 연구개발(R&D)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함께 추진하는 우주산업 실증 내용을 최초 공개한다. 오는 11월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 예정인 카메라 모듈, 내년 6월 누리호 5차 발사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 통신 모듈용 안테나 등이다.

처음부터 우주용 제품을 개발·제작하는 방식 대신, 기존 양산품을 우주 환경에 맞춰 기술 보완을 하는 사업 모델인 만큼 비용·시간 효율성이 높다. LG와 무인탐사연구소는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우주 자산의 무인 유지·보수를 제공하는 '워커린스페이스', 레이저를 이용해 우주와 지상을 잇는 우주 광통신 기술을 보유한 '스페이스빔' 등 우주산업의 여러 스타트업과 협력을 모색한다.
LG는 지난 6월 말 우주항공청(KASA)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뉴스페이스(new space) 관점에서 LG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특히 LG의 ABC 분야인 네트워킹 솔루션 설계, 세포 기반의 적혈구 체외 생산 등의 기술도 이번 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다양한 물체를 손상 없이 잡는 로봇 손기술, 로봇이 영상 속 동작을 학습하는 기술 등 로봇 분야의 최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참여한다.
제주도,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건의...위성 제조·데이터 활용 특화
제주도는 내달 '제주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마무리한 후 세부 실행 계획과 비전을 담아 우주항공청에 클러스터 지정을 공식 건의한다고 밝혔다.
제주의 강점인 위성 제조 및 데이터 활용 분야를 특화하고 전남(발사체), 경남(위성체), 대전(연구)과 함께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4대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 클러스터는 제주한화우주센터, 컨텍 지상국, 국가위성운영센터 등 제주에 집적된 민간·공공 우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한화시스템이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옛 탐라대 부지)에 건립하는 제주한화우주센터는 내달 준공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초소형 위성 제작·시험 시설이다. 센터 준공 이후 한 달에 4~8기의 위성을 생산한다.
컨텍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 지상국을 성공적으로 구축·운영하며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9개국 11개 지상국을 운영 중이다. 연말까지 11개국 15개 지상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추진한 '민간 우주산업 육성'에 따라 대기업 앵커시설 유치와 스타트업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도내 우주산업 기업과 기관 전체 근무자 수는 총 146명으로, 올해 3월 기준 133명에서 13명 증가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제주의 깨끗한 자연과 우수한 전파 환경은 민간 우주산업 육성의 최적지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우주센터와 컨텍 지상국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산업이 제주 청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도민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미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사천시, 엠브라에르 위크서 브라질과 우주항공 협력한다
경남 사천시는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우주항공청,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공동으로 ‘2025 EMBRAER Week’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우주항공산업 강국인 브라질과의 전략적 협업 중요도가 증가함에 따라, 세계 3위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인 브라질 엠브라에르 사와 국내 우주항공 기업의 수출 및 투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다. 사전 일정으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국내 주요 5개 기업의 6개 공장을 방문하는 산업시찰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이 중 사천시 관내 기업은 3개로, 이를 통해 엠브라에르 관계자들에게 국내 우수 기업들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직접 소개할 계획이다. 행사 2일 차인 18일에는 포럼 및 설명회가 부산 윈덤 그랜드 호텔에서 개최된다.

한국 정부에서는 항공산업 육성의 비전과 전략,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미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한다. 엠브라에르사 역시 각자 담당자들이 엠브라에르사의 기업 소개와 전망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엠브라에르의 구매 담당자들과 국내 기업 간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가 진행된다.
참가 대상은 항공 및 우주산업 관련 기술·부품 제조 기업이며,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관련 정부 기관, 협회, 연구소, 대학, 대기업 등도 참가할 수 있다.
사천시는 엠브라에르와 국내 기업 간 B2B 미팅을 통해 직접적인 수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박동식 시장은 “이번 ‘2025 EMBRAER Week’가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소중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AI 시대 위성정보 민간 개방 가속화
우주항공청은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국가 위성정보를 개방함으로써 민간 주도의 인공지능과 위성정보 간의 융합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은 이날 서울역 회의실에서 위성정보 민간 개방 정책 일환으로 추진 중인 ‘위성활용 혁신기반 조성사업’의 ‘개방형 위성영상 서비스시스템’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주청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4년간 98억 원을 투입하는 ‘위성활용 혁신기반 조성사업’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수행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국가 위성영상 서비스시스템을 대체하면서 주문·검색 기능을 대폭 개선된 새로운 ‘개방형 위성영상 서비스시스템’이 본격 운영된다. 이를 통해 국가 위성정보의 민간 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시스템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총 16개 기관에서 27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최근 인공지능 기술 대한 인공지능 기반의 자연어 검색 기능 등 서비스 플랫폼의 자동화 논의가 주를 이뤘다.
우주항공청 한창헌 우주항공산업국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하여 산학연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시스템 설계에 적극 수렴하고, 이후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에 귀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국장은 “앞으로 국가 위성정보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을 위한 민간으로의 개방과 AI와의 융합 촉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