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김민지 기자 | 먹고 싶은 음식은 배달로 주문하고, 사고 싶은 상품은 인터넷으로 결제하고. 매장에 직접 찾아갈 일이 줄었다.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는데 색다른 ‘경험’이 답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전략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망해 보고자 한국디자인총연합회가 주최, 에이투지라운지와 인사이트 클럽이 주관하는 ‘2024 공간 트렌드 컨퍼런스’가 5일 열렸다.
이날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 박소현 리테일 본부 상무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즐겨 찾는 오프라인 공간의 성공 요인을 제시했다. △새로움 선사 △브랜드의 힘 △유니크한 상환경 △콘텐츠의 우수함으로 나눠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① 매번 설렘을 느끼도록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라
‘쉐이크쉑(쉑쉑버거)’가 힌국에 상륙한지 7년 만에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가 강남 한복판에 등장했다. 매장 앞 대기 줄은 몇 년 전 쉑쉑버거 오픈 때만큼이나 길다. 박소현 상무는 이를 두고 “새로움을 갈구하는 것이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해석했다.
팝업스토어와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특징을 연관 지어서도 설명했다. 짧게는 1~2주에 한 번씩 다른 브랜드 콘텐츠로 채워지는 팝업 공간은 ‘새로움을 위한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소현 상무는 “임차인이 가지는 매장 임대료 부담감과 고객의 새로움에 대한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팝업스토어가 성행한 원인을 말했다. 높은 임대료에 장기 임대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대신 브랜드들은 단기간 운영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로 눈을 돌렸다.
박소현 상무는 “팝업스토어 정보도 SNS로 쉽게 전달할 수 있어 운영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② '브랜드力'을 키워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선택지도 많아지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사하는 브랜드를 찾아가는 경향 또한 강해졌다.
주말에는 기본 200~300팀 이상 대기 줄이 이어지는 베이글 전문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경우 올해 잠실 롯데몰에 분점을 내고 최장 5시간이나 대기를 기록했다. 웨이팅 앱 캐치테이블에서는 현재 웨이팅 순위 1위부터 4위가 모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다.

박소현 상무는 “브랜드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면서 “이런 브랜드들은 투자자로부터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현 상무가 말하는 ‘우수 브랜드’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본연의 가치를 보유하고, 그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는 브랜드를 말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스토리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높은 가치의 상품을 보유하는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로 이들의 브랜딩 전략을 나눴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을 전개한 파타고니아를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사회적 책임·친환경 가치 우선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점퍼 하나를 만드는데 다량의 탄소 배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1985년부터 매출의 일부분을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올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평판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타고니아만의 신념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제주 흑돼지 돈까스와 제주산 말차를 넣은 우동으로 브랜드 특유의 개성을 보여준 ‘오제제’는 높은 가치의 상품을 보유한 브랜드에 속한다. 제주 출신 두 셰프가 만나 제주 본연의 가치를 온전히 담은 메뉴 개발에 집중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외에도 디지트 브랜드 ‘노티드’가 무신사 유니클로 등 다른 업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브랜드 가치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사례로 눈여겨볼만 하다.
박소현 상무는 복합 쇼핑몰 컨설팅 경험을 들어 "같은 위치, 같은 유동인구에도 브랜드만 달라졌는데 매출이 2~3배 가까이 늘곤 했다"며 "브랜드력(力)만 높이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③ 남다른 상환경을 조성하고 ④ 콘텐츠를 차별화하라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특색 있는 ‘상환경’도 놓칠 수 없다. 상환경이란 복합쇼핑몰 등 상업시설의 공간 디자인을 말하는 것으로, 고객 소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의왕은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자연 속 쇼핑몰’로 2021년 개장했다. 절반 가까이 되는 공간에는 거대한 잔디 광장과 식음료 브랜드가 들어선 글라스 하우스가 자리잡아 있다. 조경 공사비만 약 70억 원을 투자해 단순 쇼핑 시설이 아닌 수도권에서 즐기는 휴양형 쇼핑 시설로 포지셔닝했다.

보편적인 리테일 시설에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새로운 유형의 공간이 그들의 이목을 끌었다. 박소현 상무는 “코로나 시국에 개장한 만큼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한 점도 소비자들에게 찾아오고 싶게 만든 요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더현대 서울은 콘텐츠를 차별화한 사례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있지만 ‘사운즈 포레스트’라는 1000평 규모의 실내 정원을 조성해 자연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현재는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H빌리지’로 변신해 성탄절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온 것처럼 꾸며졌다. 사전 예약 페이지가 마비되고 현장 대기도 많게는 2000팀까지 몰릴 정도로 관심이 쏟아졌다.

팝업스토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는 것도 기존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더현대 서울은 그동안의 백화점 개점 2년간 300개가 넘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46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박소현 상무는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떼고 ‘더현대 서울’이라고 할 때부터 파격적인 행보가 예측됐다”면서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새로운 힙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