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다음은 ‘기업 시민 브랜드’다

[제1회 PR 라운드테이블]
기업의 시민 브랜드 시대, 기업 시민의 소통 전략 ①

표준이 된 ESG경영…한 차원 더 나아가 진정성 호소하려면
‘책무’로 인식 말고 능동적으로 사회 가치 품도록 리브랜딩

  • 기사입력 2023.12.28 08:00
  • 최종수정 2023.12.28 11:31
  • 기자명 김민지 기자
첫 발제를 맡은 이종혁 교수.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더피알=김민지 기자 | ESG 경영이 표준이 된 시대,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일부 기업을 향해 무늬만 ESG가 아니냐는 언급이 나오면서 ESG를 넘어선 새로운 소통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더피알이 12월 15일 주최한 제1회 ‘Public Relations Roundtable’에서는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첫 발제를 맡아 ‘기업의 시민 브랜드 시대, 기업 시민의 소통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업 시민’ 개념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ESG보다 더 능동적인 활동을 강조하면서 사회 가치에 동화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주장했다.

ESG 이제 안 믿는다...‘기업 시민 브랜드’로 신뢰 제고

이종혁 교수는 “기업들이 요즘 말하는 ESG는 환경을 위해 무엇을 준수하는지 정도의 영역”이라면서 “ESG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회에 공감하는 능력’을 언급했다. 그동안 기업이 ‘사회적 책임’만 가지고 활동했다면 이제는 기업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를 ‘기업 시민’이라 부른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기업 정신을 인격체에 빗대 표현한 용어다.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 사회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객체로서 공헌하는 것이라면, 기업 시민으로서 활동하는 일은 사회에 몰입하며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이 교수는 사회공헌활동과 관련 있는 세 용어 CSR, ESG, CSV를 하나씩 짚어 설명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그는 “이전에 기업은 기본 임무인 경제 이익 창출에만 충실하면 됐다”고 말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일반적으로 언급되던 시기의 개념이다. 그 당시의 사회적 책임은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 정도로 여겨졌다.

이후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가 화두로 떠올랐다. ESG는 CSR보다는 기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무게가 실린 개념이다. 그러나 기업에 사회 의제가 수동적으로 부여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율적이거나 기업 재량으로 이루어지는 경영활동으로는 보지 않았다.

이 교수는 ESG를 사회와 연결된 관계로 조명하기보다 이해관계자에 더 접목해 설명했다. 그는 “ESG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 기반 성과 확대를 위한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방향성은 CSV(Creating Shared Value)다.

CSV는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한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가치 중심의 소비문화를 기업과 소비자가 공유하거나 기업의 산업 역량 중 공적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것과 관련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 의제에 진정성 있게 공감하며 기업 시민 브랜드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CSR과 달리 사업과 사회공헌을 분리하지 않는다. CSR은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을 따로 시행하지만 CSV는 사회공헌과 사업을 일체화한 개념이다. CSR과 ESG보다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역량이 필요한 이유다.

능동·수동, 사회 중심·기업 중심을 축으로 CSR, ESG, CSV를 표현한 그래프. 자료=공공소통연구소 그래픽=김민지 기자
능동·수동, 사회 중심·기업 중심을 축으로 CSR, ESG, CSV를 표현한 그래프. 자료=공공소통연구소 그래픽=김민지 기자

해외에 부는 기업 시민 바람

이 교수는 현재 PR업계에서 기업이 진정성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해 기업들이 행동에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능동적으로 공공 가치를 만들고 사회와 관계 맺으려는 노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비콥(B Corp) 인증을 받으려고 너도나도 애쓰는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비콥 인증은 비영리 기업 비랩(B-Lab)이 제공하는 인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 제공된다. 특정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인 인증도 아니지만, 많은 기업이 이 인증을 받는 데 목말라 있다고 해외 상황을 전했다.

비콥 인증을 받은 해외 업체 중 캐나다 간편식 배달 업체 ‘프레시 프렙’(Fresh Prep)을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는 프레시 프렙 배달 차량에 비콥 인증이 붙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사업의 본질에 공공 가치를 담아 소통하는 모습을 알렸다.

프레시 프렙은 사업 모델 기획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밀키트 기업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제재를 가하기 전부터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개발에 주력했다. 또한 탄소 배출 감축량, 하수로 유입되는 것을 막은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무게, 지역사회에 기부한 식사 수를 매년 홈페이지에 공시하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 프렙의 제로웨이스트 키트. 사진=Fresh Prerp
프레시 프렙의 제로웨이스트 키트. 사진=Fresh Prerp

금세 다른 브랜드로 대체되는 시대…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한 필수 조건

이 교수가 기업에 능동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필요성이 있어서다. 단순히 윤리적 잣대가 아니는 것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 및 사회복지와 손을 맞잡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행하는 모든 활동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년 전 기업에 사회 자본을 축적하라고 말하면 ‘제품만 좋으면 되지 그것이 왜 중요하냐’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면서 “지금도 비슷한 맥락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자산을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을 많이 하고 사회공헌활동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에게 공감하는 자세로 브랜드를 새로 구축해나가는 방안을 추천했다. 이어 “캠페인 퀄리티나 완성도, 이런 것보다는 어떤 가치를 갖고 수행했는지, 수행하는 데 있어 기업에서 부여한 상징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Public Relations Roundtable]

라운드테이블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소통 의제를 선정해서 PR 전문가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며 그 해법을 탐색해 보는 퍼블릭릴레이션즈 열린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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