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악플은 악플로 막는다…‘이이제이’ 효과적

‘온라인뉴스 신뢰 회복을 위한 현주소와 미래’ 포럼 열려
광고주협회가 만든 반론보도닷컴 창간 12주년 기념 행사
“낚시 콘텐츠 옆에 광고 내면 브랜드 가치 오히려 하락”
검색엔진 대신 앤서엔진의 시대…딜레마 빠진 언론사들

  • 기사입력 2024.07.05 11:46
  • 최종수정 2024.07.22 12:51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한경협)에 뿌리를 둔 광고주 권익 보호단체 한국광고주협회에서 만든 언론사인 반론보도닷컴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온라인뉴스의 신뢰 회복을 위한 현주소와 미래’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광고주협회 노승만 상근부회장이 발행인이다.

7월 4일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노승만 발행인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왜곡하는 잘못된 기사와 음해성 보도에 대한 반론과 해명을 위해 기업들의 중지를 모아 2012년에 창간했다”고 창간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은 △뉴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낚시성 어뷰징 기사’,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악성댓글, 어떻게 발생해 확산되나? △글로벌 사례를 통해 본 AI시대의 뉴스 저작권의 가치와 국내 언론의 미래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황용석 교수
황용석 교수

낚시성·어뷰징 기사 대응해야하는 이유

건국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가 ‘뉴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낚시성·어뷰징 기사,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서 △용어의 정의 △유형 △온라인 뉴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해 자세히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클릭베이트(clickbait)라고 불리는 낚시성‧어뷰징 기사의 유형은 △감각적 헤드라인△호기심 격차 △감정적 유발 △과장 △번호 매긴 목록 △질문 △역심리 △시각적 클릭베이트 △유머러스 클릭베이트 △정보 누락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유명인 및 대중문화 △긴급 주장 등 13가지로 분류된다.

황 교수는 낚시성·어뷰징 기사가 클릭률과 페이지뷰를 높인다는 목적과 달리 장기적으로는 언론의 품질과 독자 신뢰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오히려 언론시장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클릭베이트 콘텐츠와 연관된 광고주는 브랜드 평판이 하락하는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전략으로는 △클릭 수익보다 고품질 콘텐츠를 통한 구독 기반 접근 △클릭베이트에 대한 높은 기준의 규제 적용 △클릭베이트를 식별하는 광고 기술 솔루션 도입 △머신 러닝을 활용한 클리베이트 탐지 기술 개발 등이 제시됐다.

황용석 교수는 낚시성·어뷰징 탐지 기술의 진화와 확장에 대해 설명하고 언론사, 광고주, 독자, 연구자, 정책 입안자 등 각자의 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기대효과를 소개했으며, 한국형 탐지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신행 교수
이신행 교수

악플 생성·확산의 원리와 메커니즘

‘악성 댓글,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하는가?’라는 제목의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중앙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이신행 교수가 맡았다.

이신행 교수는 사회적 전염 이론, 사회 정체성 이론, 사회 정체성 탈개인화 효과, 집합행동의 사회 정체성 모델, 집단 극화, 확증편향, 사회적 영향 이론 등 악성 댓글(악플)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에 대해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하이브(HYBE)-민희진 분쟁 이슈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에 달린 수십만 건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다른 내용의 영상이라도 유입 경로는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집단 편중과 프레임 영향력이 악플 증가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했다.

“악플의 영향에 대한 해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경제적인 차원으로 보면 악플이 많이 달리는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기업이 손해를 입고,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관리 측면에서 특정 사회집단의 과도한 집중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폐쇄적 집단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일방적 프레임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고 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이신행 교수는 강조했다.

발표 중에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대댓글이 적을수록 악플 빈도가 늘어난다는 부분.

이 교수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악플을 주고받는 경우, 어떤 집단으로서의 의식이 형성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막는 ‘이이제이’가 악플 관리에도 통용된다는 말이다.

이성규 대표
이성규 대표

AI시대 맞은 언론의 딜레마와 생존의 해법

‘글로벌 사례를 통해 본 AI시대의 뉴스 저작권의 가치와 국내 언론의 미래’라는 제목의 마지막 세 번째 주제는 미디어 스피어 이성규 대표가 발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터넷 검색시장 질서에 큰 변동이 예상되고 있고, 이에따라 뉴스 유통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성규 대표는 ‘언론의 딜레마와 행위자 간 상생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이했다.

‘검색엔진’(search engine)의 대명사(구글링)가 되면서 경쟁자라고 부를 만한 대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구글 앞에 등장한 것은 키워드가 아닌 자연어로 문답하는 ‘대답엔진’(answer engine)이다.

검색엔진의 답변이 짧은 발췌와 원문 링크여서 정보생산자들의 트래픽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던 것과 달리 앤서엔진 이용자는 굳이 원문링크를 찾아보지 않고 인공지능이 해준 답변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구글의 앤서엔진 테스트 결과, 주요 언론사들은 트래픽이 매우 크게 감소한 반면 커뮤니티 서비스 레딧과 미국판 네이버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쿼라는 급격한 트래픽 상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테스트에서 두 플랫폼 외에 트래픽이 늘어난 곳은 인스타그램과 위키백과, 링크드인 밖에 없었고, 뉴스와 생활정보를 주로 다루는 메이저 플랫폼 모두가 급격한 트래픽 감소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규 대표는 “아직까지 뉴스 소비를 AI로 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AI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지식과 정보의 원천도 변경될 수 있다”며 뉴스 유통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 중에는 뉴욕타임스처럼 저작권 소송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 변화를 받아들여 빅테크들과 제휴를 맺음으로써 콘텐츠 사용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AI업체와 제휴가 많지 않은 국내 언론들도 이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와의 콘텐츠 계약시 장점과 단점을 소개한 이 대표는 현재를 ‘앤서 엔진의 딜레마 시대’라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질서의 3번째 지각변동으로 언론사들이 △전환 △신규진입 △부적응&퇴출 등 3가지 갈래 길 앞에 서있다고 지적한 이 대표는 앞으로 복제할 권리(Copy Right)를 뜻했던 저작권이 앞으로는 인덱싱할 권리(Vectorizing Right)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건강한 온라인 저널리즘 만들기 향한 여정

한편 노승만 발행인은 이날 개회사에서 “그동안 반론보도닷컴은 기업의 반론, 해명은 물론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면서 보도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2022년 포털과 뉴스 검색 제휴를 맺는 데 이어 오늘 포럼을 열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발행인은 “건강한 온라인 저널리즘 문화 창달을 위한 공론의 장이 될 오늘 포럼이 미디어와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을 위한 단단한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축사를 맡은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은 “2012년 창간 이래 반론보도닷컴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믿고, 언론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언론의 발전을 이끈다는 신념을 지켜왔다”고 치하했다.

박종민 회장은 이날의 첫 번째 주제인 ‘낚시성 어뷰징 기사’를 비롯해 선정적 기사, 팩트체크 없는 뉴스 등 트래픽 높이기만을 위한 언론보도가 국내 뉴스시장의 문제이자 한국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댓글 개선을 위한 실질적 제도적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지적한 박 회장은 “전문가 학자분들을 모시고 온라인 중심 뉴스정보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한 대응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발표를 준비했다니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AI 시대에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 뉴스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있는지 글로벌 사례 분석 발표도 기대가 크다”며 “저도 끝까지 남아 공부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보도 영역을 넓혀가는 반론보도닷컴의 향후 활약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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