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SK하이닉스가 이제는 영업이익 40조 원을 바라보며 사상 최대 보상을 약속했다.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나누는 이번 합의는 ‘어려울 땐 격려, 잘될 땐 확실한 보상’이라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직원 3만여 명이 1억 원 이상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임직원들에게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파격적 용인술'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년 전 수조원대 적자를 보였던 SK하이닉스가 올해 4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은 "어려울 때 격려하고, 잘 될 때는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최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전날 임금 인상률 6.0% 상승을 주 내용으로 하는 '2025년 임금교섭 잠정 합의안'을 2일 도출했다. 특히 성과급 상한선이었던 기존 '기본급의 1000%'를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연차별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보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최대 39조원 안팎이다. 이에 직원들은 올해 3조1200억 원을 포함해, 3년에 걸쳐 총 3조900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 노사는 11차 교섭까지 성과급 상한을 놓고 협상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사측이 성과급 상한을 170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
이 때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성과급 1700%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3000%, 5000%로 늘어나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 기준 본사 직원 수는 3만3625명(미등기임원 포함)으로, 개인당 1억 원 이상이 성과급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3조4673억 원(연결기준)을 올리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첫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SK하이닉스가 선두로 치고 나간 데는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인재 관리'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인크루트가 조사한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를 선택한 대학생들은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제도(66.7%)'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호평을 받고 있는 SK하이닉스 성과급 제도가 처음부터 순탄해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내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주장이 거세지며 경영진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회사가 성과급으로 '연봉 20%'를 공지하자, 직원들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줘야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 원을 모두 반납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최 회장의 이 같은 진정성은 노사가 다시 차분하게 성과급 문제를 논의하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이후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다.
2023년에는 극심한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8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사측은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 원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사내 공지에서 "다운턴 극복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정례 성과급인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과는 별도로 직원들에게 '원팀 마인드 격려금' 450만 원을 지급했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에서 35억 원의 급여를 수령할 예정이다. 지난해 성과급이 포함된 상여는 실적에 따라 12억5000만 원으로 올 초 지급됐다. 최 회장 스스로가 기업 실적에 연동된 급여로 솔선수범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며 AI 가속기에 SK하이닉스의 광대역폭 메모리(HBM)가 대량 탑재되면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5% 상승한 22조2320억 원, 영업이익이 68% 증가한 9조2129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35조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