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CJ올리브영이 국내 뷰티 시장을 넘어 글로벌 K뷰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룹 내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올리브영은 중소 뷰티 브랜드와의 상생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뷰티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해외 진출을 돕는 ‘K-슈퍼루키 위드 영’ 프로젝트를 통해 25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외국인 관광객 ‘필수 방문 코스’로도 자리매김 했다.
CJ올리브영, 그룹 내 '성장 1등 공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새해 5년 만에 현장경영 첫 방문지로 CJ올리브영을 택했다. CJ제일제당 등 주력 계열사가 아닌 올리브영을 찾은 것은 그만큼 올리브영의 성장성과 그룹 내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건강한 뷰티 생태계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며 “ONLYONE 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자로 도약하자”고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실적 성장세는 숫자로 입증된다. 올리브영은 2021년 매출 2조1091억 원에서 2023년 3조8611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4조7899억 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매출을 5조6900억 원으로, 2026년에는 6조4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소비자도 ‘필수 여행 코스’ 호평
올리브영의 폭풍 성장은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수요의 연결에서 시작됐다.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 전략인 O4O(Online For Offline)를 앞세워 국내 뷰티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올리브영은 2017년부터 온라인몰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해 매출은 600억 원 수준이었다. 온라인몰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023년 온라인 매출 1조 원을 기록해 성장성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내수 시장 한계 극복을 위해 성장 축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정했다. 글로벌 시장에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외국인 소비자가 큰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CJ올리브영의 글로벌 전략 핵심 또한 O4O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명동점을 방문한 외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가,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통해 재구매를 할 수 있도록 ‘경험의 연계 효과’를 노릴 전략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올리브영 글로벌’ 앱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글로벌몰 활성화를 위한 채비도 마쳤다. 작년 8월 역직구 전용인 '안성 글로벌 물류센터'를 구축해 하루 해외 출고량을 2배로 늘렸다.
또한 글로벌 특송기업 페더럴 익스프레스 코퍼레이션(FedEx)과 한-미 특송 및 미국 내 물류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매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 외국인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6.4%다. 2023년 10% 아래였던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올해 2분기는 외국인 비중이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한국 필수 관광 코스’로 낙점돼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회사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매장을 글로벌 관광상권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매장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타 매장 대비 많다. 프로모션 안내의 경우 한글과 영문을 병기 해놓는다. 알리페이 같은 글로벌 결제 수단도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K뷰티의 글로벌 관문
올리브영이 이처럼 많은 외국인의 선택을 받는 건 ‘중소기업 상생 전략’과 맞닿아있다. 올리브영은 2010년 이후부터 대기업이 아닌 중소 뷰티 기업 제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현재 올리브영 상품 중 80%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마녀공장·닥터지·클리오·서린컴퍼니·롬앤 등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중소 뷰티 브랜드 모두 올리브영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K뷰티 글로벌 돌풍의 주역에 올리브영이 포함되는 이유다.
올리브영의 유명새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곳에 입점하려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입점 경쟁을 대행해 주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경쟁률은 높다.
올리브영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도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명은 ‘K-슈퍼루키 위드영’. 지난 5월 공모를 시작해 7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232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종 25개 브랜드가 선정됐다. 선발된 브랜드는 올해 말까지 올리브영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지원받는다.
‘K-슈퍼루키 위드 영’ 최종 선정 기업 25곳은 온그리디언츠, 슬로우퓨어, 이퀄리브, 미백, 클리어디어, 더마라인, 투에이엔, 리필드, 원데이즈유, 하우스오브비, 투비건, 더랩바이블랑두, 메노킨, 티블레스, 비알머드, 마르마르디, 뉴니스, 놀라아워, 에리제론, 투데이위드, 인포디플러스, 디어도어, 노베브, 머그스쿱, 브리티시엠 등이다.
회사는 글로벌 K뷰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 1월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올리브영 관계자는 “동시 다발적으로 해외 사업에 나서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미국을 최우선 국가로 선정했다”며 “내년을 1호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K뷰티 허브로 ‘퀀텀 점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유럽 지역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이미경 CJ 부회장까지 동행했다. 푸드, 뷰티 분야에서 유럽 진출을 확대해 온 CJ가 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이미경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등 그룹 핵심 경영진과 함께 지난 9일부터 열흘 동안 영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일본, 8월 미국 방문에 이은 글로벌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CJ그룹은 최근 유럽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J올리브영 글로벌몰의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180% 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독일 식품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헝가리 신설 만두 공장을 가동한다.
이 회장은 이번에 그룹 핵심 사업인 푸드, 뷰티,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글로벌 거물들을 만났다. 워너 뮤직을 자회사로 둔 투자사 ‘액세스 인더스트리스’의 렌 블라바트닉 회장과 K콘텐츠 확산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브론웬 매덕스 소장과는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유럽 시장의 영향과 사업 기회를 점검했다.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CEO이자 맨체스터 시티 등 글로벌 13개 축구 클럽을 보유한 ‘시티 풋볼 그룹’ 공동 창립자 칼둔 알 무바라크 등과는 스포츠 마케팅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현지 임직원에게 “글로벌 사업 거점인 미국에 이어 잠재력이 큰 유럽 시장에서 신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럽 현장 방문을 통해 K컬처 확산을 주도해온 이재현 회장은 이미경 부회장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