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한화그룹이 유럽 주요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세일즈 외교 전면에 섰다. 이번 행보는 K9 자주포를 비롯한 방산 수출 성과를 점검하고, 현지 생산 협력과 추가 수주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킹 설계 축이 될 전망이다.
같은 시기 한화그룹은 HMM·한국선급과 손잡고 차세대 무탄소 선박 추진체계 개발에 착수하며, 방산과 친환경 기술을 아우르는 ‘K-테크 동맹’을 가시화했다. 산업 간 경계를 넘어 국가 브랜드와 기술 신뢰를 동시에 수출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추가 수주 모색 앞선 ‘글로벌 방산 세일즈’ 나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이어 노르웨이를 방문해 방산 세일즈에 나선다. K9을 도입한 주요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수출 성과를 점검하고 추가 수주 기회를 모색하려는 행보다.
노르웨이는 지난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총 52대를 주문한 주요 고객이다. 납기·품질·실전 성능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추가 수출이 진행된 결과다.
2036년까지 진행되는 12년 단위 국방증강계획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육·해·공 전력 전반에 걸쳐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노르웨이가 중거리 대공미사일 체계 고도화를 위해 천무를 수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현지 생산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수출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유럽 국가들이 '방산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능력 확보를 통해 경쟁 참여 기회를 늘린다.
특히 K9을 수출해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화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방산은 유럽 지역에서도 납기 준수, 준수한 품질,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이 호평받고 있다.
김 부회장의 노르웨이 방문에 앞서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거쳤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마러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주요 그룹 총수와 골프 회동을 한 후 정부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단에 합류했다.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중 주요 수출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K9 자주포와 천무를 도입하며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었고, 한화오션은 잠수함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사업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 설립에 합의하는 등 폴란드가 유럽 공략의 전초 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는 K9 운용국으로 K10 탄약운반차를 함께 구입한 K9 클럽 회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을 주력 무기로 삼아 4조 원 규모의 루마니아 보병전투차량(IFV)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 중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루마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이라 유럽 무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지만, 빠른 납기와 가격 등을 고려하면 한화도 충분히 수주 가능성이 있어 김 부회장과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HMM-KR, 차세대 무탄소 선박 추진체계 공동개발 협력
한화그룹 4개 계열사(한화파워시스템·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는 HMM과 한국선급(KR)과 함께 차세대 무탄소 선박 추진체계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2025 KORMARINE’ 전시회 한화오션 부스에서 진행됐다. 해운·조선·친환경 기술 분야 참여사들의 역량을 결집해 국내 주도형 무탄소 선박 솔루션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함이다.
각 참여사는 7~8K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암모니아 가스터빈 기반 통합 추진 시스템과 2K급 피더 컨테이너선에 적용 가능한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개념설계 및 경제성 평가 및 신선형 개발을 공동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화그룹, HMM, KR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차세대 무탄소 선박 추진체계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공동 검증한다. 한화그룹은 연료전지와 암모니아 가스터빈을 결합한 통합 추진 솔루션 개발, HMM은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 검토를 수행한다. KR은 초기 단계 위험성평가와 안전성 검토, AIP 자문 및 규제·인증 요건 검토와 경제성 분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한화그룹의 기술력, HMM의 선박 운항 전문성, KR의 기술 검증 체계를 결합해 대한민국 조선·해운 분야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한화파워시스템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174K LNG 운반선 암모니아 가스터빈 개조 기본승인(AIP)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기술력을 입증했다.
김형석 한화파워시스템 선박솔루션사업부장은 “연료전지와 암모니아 가스터빈을 결합한 통합 추진체계는 해운 탈탄소화를 이끌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선사·조선소·선급과의 협업을 지속 확대해 우리 기술이 하루 빨리 실선에 적용 되고 상업 운항으로 연결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강 HMM 해사실장은 “이번 협력은 글로벌 탈탄소 전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실증과 상용화를 통해 미래 친환경 선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전했다.
연규진 KR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는 해운·조선·선급이 초기 연구단계부터 안전성 및 규제 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모범적 협력 모델로, 국제 친환경 인증체계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