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김민지 기자 | 최근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MD 상품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사업 전략이 포착됐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등 다른 사업 영역과의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 그리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타 업계 소비자를 끌어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탄생한 MD 상품이 품절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커피 마시러 스타벅스 간다”가 아닌 “굿즈도 살 겸 스타벅스 간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스타벅스 코리아는 인기 아이돌 그룹 NCT(엔씨티)와 협업해 제작한 MD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NCT 콘서트 백, NCT 베어리스타 인형 키링 등 9종의 굿즈로, 스타벅스의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판매 개시 전부터 접속량이 폭증했다.
예상대로 불과 출시 10분 만에 일부 상품이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는 시점에도 여전히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국내외 NCT 팬들의 구매 행렬이 끊이지 않아, 일부 상품의 경우 품귀 현상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타벅스는 NCT와 한정 음료 1종과 디저트 2종도 출시했다. MD 상품을 사러 매장에 온 소비자들이 음료와 디저트까지 구매하면서 일석이조의 매출 상승 효과를 거두고 있다.
MD 상품의 디자인과 쓰임새의 측면에서도 구매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하다. NCT 각 멤버의 캐릭터가 반영된 곰 인형 모양의 아크릴 키링 그리고 멤버들이 손글씨로 작성한 ‘I ♡ STARBUCKS’ 스티커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특히 콘서트 백과 포토카드를 넣어 가방에 달 수 있는 NCT 포토카드 홀더 키링 등도 인기를 끌며, SNS와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이 굿즈를 구매해 인증하는 내용의 후기 포스팅이 넘쳐나고 있다.
‘소비자이면서 팬’의 심리를 공략
이번 스타벅스의 사업 전략은 ‘소비자이면서 팬’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다. 특정 팬덤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협업한 브랜드와 유대감을 쌓는 상부상조의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협업으로 NCT는 팬들에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함으로써 ‘팬심’을 높이는 동시에 자신들을 잘 모르고 있던 스타벅스 소비자들을 새로운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NCT 팬들을 새로운 스타벅스의 소비자로 끌어오는가 하면, 텀블러와 머그컵 위주의 기존 MD 상품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까지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스타벅스의 아티스트와 연계한 MD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BTS), 2023년 블랙핑크와 콜라보 상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아이돌의 주요 소비층을 향후 자연스럽게 스타벅스의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사업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박재항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아이돌과 협업하는 마케팅은 10대에서 20대까지의 젊은 세대를 겨냥할 때 주로 사용한다”며 “20대 중후반에서 30·40세대까지는 이미 탄탄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가 소비자 세대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도 “젊은 세대들이 스타벅스를 즐겨 찾고 있는 추세에 맞춰 독창적인 콘텐츠를 자랑하는 NCT와 시너지를 내 고객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하고자 협업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콜라보 MD 상품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신세계그룹 소속인 프로야구팀 SSG랜더스와 협업해 제작한 야구 유니폼을 2021년부터 매년 출시하고 있다. 이는 ‘랜더스벅’이라는 이름의 유니폼으로, SSG랜더스와 스타벅스가 협업해 진행하는 ‘스타벅스 데이’ 기간에 구매할 수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랜더스벅 유니폼도 매년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야구팬들의 인기가 상당하다. 올해도 팬들의 성원에 부응해 스타벅스 앱 내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2차 판매를 진행했다.
SSG랜더스 선수단은 스타벅스 데이에 랜더스벅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이처럼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스타벅스 데이는 볼거리가 많은 특별한 행사로 자리 잡았고, 매년 유니폼을 사 모으는 팬심까지 보여 주고 있다.
스타벅스로서는 이와 같은 팬덤을 통해 브랜드 소비자를 ‘락인’(Lock-in)시킬 수 있다. 또 매년 새로운 MD 상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는 자신들을 위해 정체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는 회사이자, 내년에는 무엇을 더 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회사로서, 젊고 유행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끊임없는 새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뜨는 MD 지는 MD
스타벅스의 MD 상품은 머그컵, 텀블러 등의 소품 위주로 시작됐으나 현재 시즌별, 지역별, 콜라보 제품 등으로 점점 다양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식음료 부문을 제외한 MD 상품의 매출은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양질의 경쟁사 제품들이 치고 올라왔지만, 스타벅스는 MD 상품을 온라인스토어나 SSG닷컴을 통해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쟁을 이겨 나갔다. 동시에 더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차별화 상품을 고민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매년 11월부터 12월 사이 출시하는 ‘스타벅스 플래너’가 있다. 지난 2003년 겨울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며 연말마다 많은 인기를 끈 스타벅스 플래너는 단골 고객에 대한 사은품 성격인 ‘프리퀀시 마케팅’의 일환이다.

10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음료 17잔(일반음료 14잔 + 미션음료 3잔)을 마시면 다이어리로 교환해주는 해당 이벤트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한창 수요가 많을 때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가격대가 4~6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현재 중고거래 가격은 약 1만 5000~2만 5000원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사전예약제로 화제성이 줄어든 한편, 물량이 늘어나면서 희소성이 떨어진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주로 스마트폰에 일정을 기록하면서 다이어리라는 제품 자체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이런 관심도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지역 특화·1위 협업으로 브랜드 파워 유지
스타벅스는 제품의 희소성을 강화하며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차별화 욕구를 겨냥했다. 또 자체 디지털 설문조사인 ‘마이 스타벅스 리뷰’를 매달 진행하면서 모아 온 평균 10만 건 정도의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업무에 반영해 변화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3월 선보인 ‘제주 특화 MD’는 제주 스타벅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구를 반영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지역 특화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MD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일반 매장 상품 대비 2배가량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도 MD 상품의 매출을 견인했다.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업계 내 선두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매번 새롭고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여름 e-프리퀀시 행사에서 레인부츠 브랜드로 유명한 헌터와 협업했다. 레인부츠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장마철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 헌터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량이 가장 많은 레인부츠 브랜드로 집계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이벤트 증정품은 ‘헌터+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우산, 레인 판초(우의), 파우치 등의 MD 상품이다. 기존 e-프리퀀시 사은품은 주로 전문 브랜드 제품에 스타벅스 로고를 붙여 제작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강조한 홍보가 특징이다.
특화 MD를 제외한 MD 상품 전체 판매 순위에도 브랜드 협업 제품이 올랐다. 현재 상시 판매 MD상품 중 판매 순위 1위(SS 스탠리 크림 켄처 텀블러 591ml)와 4위(SS 블랙 앤 골드 스탠리 보온병 500ml) 모두 미국 식음료 용기 브랜드 ‘스탠리’와 협업으로 출시됐다.
스탠리 텀블러는 2023년 말부터 미국 Z세대들 사이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으며, 올해 1월 스타벅스와의 협업으로 만든 밸런타인데이 기념 한정판 퀀처 텀블러는 판매가 49.95달러(한화 약 6만 5000원)를 한참 웃도는 400달러(약 50만 원)에 이베이(eBay)에서 재판매되기도 했다.

스탠리 텀블러는 국내 시장에서도 오픈런 현상을 만들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스탠리 텀블러 검색량은 지난해 1월 대비 44배(4320%)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SG닷컴에서도 같은 달 텀블러 전체 매출이 600%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스탠리 열풍을 이끈 스타벅스가 선보인 다른 텀블러 제품까지 불티나게 팔린 덕이다.
이에 대해 박재항 교수는 “스타벅스라는 커피 분야 선두 브랜드와 헌터라는 장화 선두 브랜드, 또 스탠리라는 텀블러 선두 브랜드의 만남은 서로 분야 내 최고라는 것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