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스위트파크’에서 6월 16일부터 25일까지 'Spring up, Local Bloom: 지역의 가능성, 브랜드로 활짝 피어나다'를 주제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넥스트로컬’의 팝업스토어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 농림축산식품부, 롯데카드, 신세계가 지난 5월 체결한 ‘지역상생 청년 창업 지원 및 활성화 업무협약’의 일환이다. 넥스트로컬은 서울 거주 19~39세 청년이 수도권 외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7년째를 맞는다. 창업팀에는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 지역 파트너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현장 지원이 제공된다.
현재까지 누적 609개 팀, 1128명의 청년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77개 팀(133명)이 선발돼 전국 18개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참여자들은 굴 패각을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개발(화성), 어르신과 함께 만드는 쑥 약과(영월), 특산 쌀을 활용한 막걸리 및 문화 콘텐츠 제작(강진) 등 지역 밀착형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팝업에는 1기부터 6기까지의 창업팀 중 신세계백화점 바이어와 상품과학연구소 전문가의 품평회, 식품 관련 준법 컨설팅을 거쳐 선발된 팀들이 참여했다. 전통주, 제과류, 뷰티제품, 애견용품, 기념품 등 90여 종의 제품이 전시·판매되고 있으며, 공간은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5개 테마존으로 구성돼 있다. 행사 기간 동안 경품 이벤트, 정책 사업 안내, 창업가 현장 판매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대표 상품으로는 △영월 콩을 활용한 ‘위로약방 저당 약과’ △막국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들기름 타레 소바’ △해남 쌀을 원료로 만든 식물성 아이스크림 ‘나이스케키’ △무첨가 펫 간식 ‘어니스트밀 고메트릿’ △공주 제민천 마을 기반 굿즈 브랜드 ‘닉샘스튜디오’ 등이 있다.
행사 종료 직후에는 우수 제품이 신세계 강남점 지하 1층 ‘로컬존’에 약 3개월간 정식 입점할 예정이며, 신세계는 향후 명절 선물세트 구성, 온라인몰 기획전 등 다양한 유통 연계 프로그램으로 청년 브랜드의 성장을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 이동률 행정국장은 “넥스트로컬은 청년의 도전정신과 지역 자원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라며 “민간 협력과 판로 연계를 지속 확대해 시장에서 살아남는 창업가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민간기업을 통해 판로 확보, 온라인몰 입점, 공동 이벤트 등이 진행됐으나 올해는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도 참여하면서 '농촌혁신 아이디어 모델 확산 사업'과 연계한 스케일업 자금 지원·지역 커뮤니티 연계·전문가 코칭 등 체계적 지원도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넥스트로컬 사업 수료 후 농촌지역에 창업한 9팀을 선정해 팀당 약 1억원의 스케일업 자금을 지원,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다양한 지원을 해 온 롯데카드는 올해도 자사 온라인몰 '띵샵' 입점, 공동 팝업 행사 등을 통해 홍보와 판매를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띵샵 입점해 있는 13팀 외 올해 입점할 업체도 추가 발굴한다.
특히 띵샵의 자체 창업팀 발굴 프로젝트인 '띵크어스 파트너스' 선발 시 넥스트로컬 창업팀에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작년 10월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공동 팝업 행사 '띵크어스 데이'를 올해도 열 예정이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데스크에서 현장으로
기자가 방문한 17일 오전, 스위트파크에는 점심시간을 앞두고 방문객들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중장년 여성 소비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대체당을 사용한 건강 친화적 제품이 다수였으며, 농수산물 원재료를 활용한 2차 가공식품의 비중이 높았다. 초기 기수(1기~5기)의 팀 중 백화점 팝업 참여가 처음인 브랜드도 많아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모습이었다.
해남산 쌀(재고미·희나리)로 유제품을 대체한 비건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서스테이블’(4기) 부스는 점심 후 입가심을 찾는 고객들로 붐볐다. 이 브랜드는 향후 지역 테마 숙소(한옥스테이 등)와 연계한 마케팅,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로약방’(3기) 부스에서는 영월 지역의 서리태와 쑥을 활용한 초콜릿 신제품과, 지역 설화를 소재로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며 제품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있었다. 기름에 튀기지 않은 약과가 특징이다.
위로약방은 지난 3월 농식품부가 주관한 ‘2025년 농촌혁신아이디어 모델 확산’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확보하고 생산시설 확충과 판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온라인 시식 커머스 플랫폼 ‘식후경’(2기) 부스에는 하위 브랜드 네 곳이 함께 참여했다. 서울 ‘빈크런치’는 제로슈거 식물성 땅콩버터를, ‘은체리’는 경기도 안산을 기반으로 수제 버터 샌드쿠키를, 국내 유일의 홍시 브랜드 ‘홍시궁’은 전주 기반의 찹쌀떡, 식혜 등 홍시 상품을 선보였고, ‘진부:Re’는 평창 감자·옥수수로 만든 쿠키 ‘감옥샌드’와 캐러멜을 내세웠다.
특히 ‘감옥샌드’를 맛본 한 어르신은 “예전에 평창에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이걸 먹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맛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해남 돌김을 활용한 튜브형 비빔소스 ‘김소스씨’를 개발한 ‘스퀴진’(5기)은 백화점 팝업 첫 참여로 주목받았다. 바쁜 일상 속 한 끼를 간편하게 완성할 수 있는 한국형 ‘프리저브 소스’(잼과 비슷하나 발림성이 좋고 녹진하며 원재료의 식감을 더 살린 소스)로, 이름 그대로 튜브를 쭉 짜기만 하면 질 좋은 요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첨가물 없이 원물 조직감을 살리는 데 1년이 넘는 테스트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공동대표 임정은 씨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와디즈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유일하게 미술 굿즈를 내세운 브랜드인 ‘닉샘스튜디오’(다이얼팩토리, 1기)는 충남 공주 제민천 마을 기반의 커뮤니티 디자인 스튜디오다. 자체 개발한 ‘포포’ 캐릭터와 지역 콜라보 굿즈, 아티스트 아트워크를 통해 ‘디자인으로 마을을 읽는 브랜드’의 면모를 드러냈다. 다이얼팩토리는 이외에도 다양한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로컬 커뮤니티 형성과 대화를 위한 활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병성 대표는 “이번 팝업에서는 공주 동료 브랜드들과 함께 만든 협업 제품, 제민컴퍼니즈 지도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로컬 6기 중에서는 ‘르팔러키친’과 ‘파라디’가 팝업에 참여했다. ‘르팔러키친’은 상품성이 낮은 영주 풍기의 못난이 인삼과 소백산 한우를 활용한 저염·저당 소스형 제품을 개발했다.
‘파라디’는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출신 대표가 운영하며, 강원도 메밀과 들기름을 활용한 ‘들기름 타레 소바’, 인제 황태에 마라를 가미한 ‘파라디 XO 소바’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의 높은 유동인구가 로컬 브랜드 인지도 확산과 실질적인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며 “지역 자원의 우수성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상생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