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사람들은 언제 코카콜라를 떠올릴까. 청량감이 필요한 순간, 술을 대신할 것이 필요한 자리, 혹은 다 함께 즐길 때처럼,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브랜드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언제 소비자의 마음속에 등장하는지 알 수 있을까. 갈수록 어려워지는 홍보 환경 속에서 무작정 광고에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먼저 들여다 봐야 할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검색’이다.
검색은 소비자의 ‘생각’ 이면에 있는 ‘욕망’을 드러내는 신호다. 미디어·커머스·마케팅 전반에 걸쳐 트래픽과 메시지가 교환되는 구조 속에서, 검색 데이터는 그 어떤 조사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한 고객의 신호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분석 기반 마테크 기업 어센트코리아는 지난 4월 17일 검색 데이터를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광고 성과 측정에까지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했다. 특히 검색 키워드 이상의 검색 데이터, 브랜드 검색량 분석,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 검색 경로 기반 페르소나 정의 등 최신 마케팅 기법들이 사례와 함께 제시되며 실무자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이날 강연을 맡은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구매 직전의 고객에 편중돼 있다”며 “검색 데이터는 기업이 알지 못하는 ‘미고객’의 의도와 관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왜곡이 낮고, 전수조사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구는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전수조사’ 수준의 미고객 데이터…브랜드 검색량, TV 광고 효과 흔들다
검색 데이터는 단순히 키워드 집합이 아니다. 브랜드 및 카테고리 키워드, 시멘틱·시퀀스 등 연관 키워드, 검색량(연간·월간·일간·분당), 검색자 성별·연령·지역, CPC(클릭당 비용)와 광고 경쟁도 등 검색어 관련 데이터 지표가 모두 '검색 데이터'를 이룬다. 또 광고주들의 입찰 기록까지도 중요한 검색 데이터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검색 데이터는 마케팅 지표로도 탁월한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일본 야후재팬의 조사에 따르면 구매 고려 단계에 있는 소비자가 브랜드 검색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구매 전환율이 무려 12배 높았다. 검색량은 TV 광고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브랜드 인지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고 성과 측정에서도 검색 데이터는 빛을 발한다. 일본의 주요 광고주들은 TV 광고 후 효과 측정 지표를 묻는 질문에 1) 거래처·소비자의 긍정적 피드백, 2) SNS 인게이지먼트 증대에 이어 3) 브랜드 검색량 증가(38.5%, 복수응답)를 손꼽았다. 시청률이나 노출량보다도 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더 큰 신뢰를 받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시간대의 TV쇼에 자사와 경쟁사가 나란히 광고를 내보냈다면, 이후 브랜드 검색량 변화만 비교해도 광고 효과와 경쟁우위를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검색량은 기존의 비보조 인지도 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실시간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박세용 대표는 “보통 TV 광고는 3달치 분량을 놓고 미리 예약을 걸어두는 일이 많다”며 “앞으로는 브랜드 검색량에 따라 TV 광고를 AB테스트 하듯 실시간으로 바꿔서 송출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다.

키워드가 드러낸 “가리고픈” 진심…LF가 조 말론을 부른 이유
검색어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욕망, 그리고 고민의 대상과 의도가 조합된 결과물이다. 실제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 LF(구 LG패션)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헤지스’(HAZZYS) 브랜드를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로 확장하는데 나섰던 2017년 당시, ‘그루밍’ 트렌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이 시행한 FGI(표적 집단 인터뷰)에서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면도 트러블을 막아줄 만한 스킨·로션 수요만 제시됐다.
그러나 검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혀 다른 인사이트가 도출됐다. 남성 화장품군 중 가장 많이 검색된 제품군은 전체 검색량의 약 10.15%를 차지하는 ‘수제 향수’였고, 그다음으로는 메이크업 제품(비비크림·컨실러 등, 6.87%)이었다. 다양한 상황의 스킨케어를 간편하고 빠르게 해결해줄 수 있는 올인원 제품군이 바로 그 뒤를 이었는데(6.37%), 이 세 가지는 기존 리서치에선 순위권에도 들지 않았던 제품군들이었다.
특히 향수 제품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하는 젊은 층에서부터, 소위 ‘아저씨 냄새’를 가리길 원하는 50대 이상 연령대까지 꾸준한 검색 수요를 보여주었다. 또 남성이 81%, 그중 20대가 과반을 차지한 메이크업 제품 수요는 여드름 흉터를 가리려는 실질적인 니즈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후 LF는 니치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Jo Malone) 조향사를 영입해 전 제품 라인에 동일한 향을 부여·강조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남성용 화장품 부문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제품이 아니라 ‘상황’…운동도 맥주도 "포기하기 싫을 때"
검색은 단순한 양적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키워드 이전·이후에 어떤 단어가 검색됐는지 그 경로를 분석하면 소비자의 구매 고민이 더 자세하게 드러난다. 이것이 호주의 마케팅 학자 바이런 샤프(Byron Sharp)가 제시한 ‘CEP’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베이킹소다’를 검색한 사용자가 그 전후에 검색한 키워드를 모아본다면, ‘화장실 청소’, ‘달고나 만들기’, ‘세탁기 청소’ 등 상황 기반 검색어가 포진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품 자체가 아니라 사용 맥락이 CEP인 것이다.
논알코올 맥주의 연관 검색 키워드들은 전형적인 CEP 연결 사례를 보여준다. ‘운전할 때’, ‘다이어트 중’, ‘임신 중’이라는 상황 맥락과 함께 ‘근육 운동’, ‘트레이닝 후 수분 보충’ 등의 검색어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이 ‘음주 욕망’과 ‘건강 욕구’ 사이에서 검색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어 검색 경로상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후 ‘스포츠·운동선수’들이 근육 운동의 효과를 염려하고 관련 학술 논문을 찾는 사례로 이어지는 과정도 관찰되었다. 실제로 일본에선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스포츠용품업체 ‘미즈노’와 나가노현의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미나미신슈 맥주가 공동 개발한 스포츠 전용 논알코올 음료 ‘푸하(Puhaah)’가 큰 인기를 끌었다.

박 대표는 “강한 브랜드는 고유 이미지가 아니라, 고유한 상황, 즉 다양한 CEP를 차지한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특정 카테고리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브랜드는 7~8개 정도의 다양한 CEP를 가지는 반면, 평범한 브랜드들은 1~2개 정도의 CEP를 가진다. 따라서 서로 다른 구매 이유를 가진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마케터의 임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소비자의 욕구와 이성이 충돌하는 상황마다 수많은 CEP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겨울에 콜라 판매율이 떨어지자 북극곰 캐릭터와 겨울 분위기를 접목한 광고로 새로운 CEP를 만들어냈다. 단지 ‘목마름’을 겨냥하는 것을 넘어 ‘겨울의 단맛’이라는 새로운 상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에 진입한 것이다.
검색 데이터는 이렇게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CEP의 수와 종류를 보여준다. CEP가 많을수록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와 접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멘탈·피지컬 가용성(Mental/Physical Availability)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온드·페이드 미디어, 세일즈 퍼널에서 메시지를 순환시켜라
브랜드가 구축하는 세일즈 퍼널 내에서 온드 미디어와 페이드 미디어는 언제나 한 쌍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브랜드가 ATL(전통적인 4대 매체 활용 마케팅) 광고로 대규모 노출을 시도하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홈페이지·SNS 등 온드미디어에서 브랜드 탐색에 나선다. 광고가 이끄는 트래픽과 자발적 검색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브랜드는 메시지와 클릭이 교차하는 ‘트래픽-메시지 시장’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지 트래픽의 양이 아니라 퍼널 안에서 유통되는 ‘메시지의 총량’이다. 검색, 클릭, 후기, 댓글, 콘텐츠 소비 등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가 퍼질 수 있도록 브랜드는 충분한 재료를 갖춰야 한다. 온드·언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할 만한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으면, 페이드 미디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결국 브랜드 파워는 퍼널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와 트래픽의 총합으로 결정된다”며 “이를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마다 ATL, BTL(디지털·오프라인 등 비전통적 매체 활용 마케팅), 디지털 캠페인을 반복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유통시키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마케팅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