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영순 기자 | 밴드 FT아일랜드의 리더 이홍기는 작년에 자신의 개인적인 큰 문제를 영상을 통해 고백했다. 유튜브에서 화농성 한선염으로 고통받았던 과거를 밝힌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반복되는 종기로만 알고 있었던 화농성 한선염에 의해 겪어야 했던 온갖 문제들과 사회 생활 자체를 위협하던 순간들을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종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낯설지만 심각한 화농성 한선염이라는 질환
사실 일반인이라면 화농성 한선염이란 명칭을 처음 들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기준 국내 화농성 한선염 환자는 1만 222명(남성 6659명, 여성 3563명)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30대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55%)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화농성 한선염이란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과 악취가 나는 농루관이 반복되는 희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주로 회음부와 겨드랑이 같은 접히는, 민감한 신체 부위에 발생하고 악취, 분비물, 눈에 보이는 흉터 등을 동반한다. 증상이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통증은 심해지고 병변 부위는 넓어져 악화되며, 종기가 터지면서 벌어진 피부가 잘 아물지 않아 만성적인 궤양이 발생한다. 이러한 염증 발생이 반복될 경우 피부 속까지 깊은 흉터를 남겨 일상 속 행동에서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질환이다. 특히 젊은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왜냐하면 외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젊은 연령대에서 주로 발병하여, 단체 생활 부적응 및 사회성 결여 등 삶의 질 저하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반인 대비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우울, 불안감, 고립감, 자살률은 모두 높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대비 환자의 우울증 발생은 약 2.54배, 불안장애 발생은 약 2배 높게 나타나며, 또한 성인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 대비 약 2.4배 높아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3배 높지만 국내의 경우, 통계적으로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2배 많다. 이는 질환에 대한 편견 혹은 수치심 등으로 아직 진단받지 못한 여성 환자가 더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정확한 정보의 유포 문제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거의 없는 지경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2022년 8월 28일부터 2023년 8월 28일까지, 약 1년간 주요 피부 질환별 미디어 보도량을 비교했을 때, ‘화농성 한선염’이 포함된 기사는 단순 언급 포함 47건에 불과했다. 이는 건선(2746건) 또는 아토피피부염(3522건) 등 타 피부 질환과 비교했을 때 약 60배 이상의 보도량 차이다. 또한 화농성 한선염 질환 정보를 담은 기획 기사는 단 4건에 불과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부정확한 정보의 유포다. 같은 기간 내에서 화농성 한선염의 온라인 채널별 분석을 진행한 결과, 전체 게시물의 91.8%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게재됐는데, 주로 한의원 및 일반 병의원 출처의 광고성 콘텐츠였다. 진료과별로 분석해 보니 절반가량인 약 46%는 한의원의 블로그 게시물로 피부과 관련 게시물(29.41%)의 약 1.5배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1차적인 진료 기관이 되어야 할 피부과가 그 자격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주요 검색 포털에서 화농성 한선염을 검색했을 때 상위 노출 게시글의 대부분은 민간 요법 또는 한방 치료 문의 및 상담 글로 확인되어, 조기 진단과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 및 치료 옵션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과 일맥상통했다.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자”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 헬스케어 기업인 노바티스 그룹의 한국 지사인 한국노바티스와 대행사 나무온, 에델만 코리아는 이와 같은 화농성 한선염 정보의 열악한 현실을 확인한 후 인식 개선 및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캠페인 ‘Shine a Light on HS(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캠페인 런칭 및 인지도 확산을 위해 캠페인의 진정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홍보대사 발굴이 필요했다. 한국노바티스측은 “첫째, 화농성 한선염 진단 치료 경험이 있거나 진단 가능성 있는 둘째,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셋째, 활발한 사회 활동을 유지하는 2030 세대를 목표로 설정, 유튜브 채널명을 ‘홍기종기’로 개설한 이홍기를 설득한 끝에 섭외에 성공했다”며 캠페인 홍보대사 섭외 취지를 밝혔다. 중학생 때 첫 발병 이후 지난 18년간 종기로 오해하고, 종기 수술만 8차례나 받았던 그의 고백과 위로를 캠페인 홍보 영상에 담아 제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자 약 1개월 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미디어별 다각도의 홍보 전략 추진
한국노바티스 캠페인을 담당한 이지혜 부장은 “영상의 높은 화제성을 바탕으로 보도자료 배포와 인터뷰 등 언론 홍보 활동을 전개했으며 고관여자의 유입을 독려하기 위해 광고 노출을 통한 캠페인 영상 확산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보다 깊이 있는 정보 전달을 위해 유튜브 의학 채널 ‘비온뒤’에서 질환 관련 토크쇼를 진행했다.
홍보대사인 이홍기 본인이 직접 출연하여 질의에 직접 응답하는 등 생생한 질환 경험을 라이브로 공유하며 캠페인 메시지의 전달력을 강화했다. 이 부장은 “피부과 전문의의 목소리로 질환 현황, 주요 증상, 심각성 등을 설명하고, 조기 피부과 방문을 통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러한 실시간 의료진 질의응답 및 댓글 소통은 질환 및 캠페인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관심도 확대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유럽피부과학회 연례 학술 행사에서 노바티스 부스에서도 해당 영상을 상영하며, 전 세계 의료진을 포함한 관계자들에게도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적극적 치료 필요성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자들 본인이 주인공이 될 차례였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캠페인 참여 확대를 위해 ‘당신의 이야기로 다른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빛이 되어주세요’ 메시지를 주제로 한 스토리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 워크숍은 환자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예술심리치료사 이주영 박사를 진행자로, 질환에 대한 궁금증 해소 및 진심 어린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를 전문가 패널로 섭외했다. 그리고 주제에 기반한 자유로운 담론과 예술심리치료를 활용한 3가지 세션을 진행했다. 워크샵에서 공유된 환자 스토리는 편집 및 각색 과정을 거쳐 여전히 숨어있는 환자들이 용기를 갖고 적극적인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웹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사회가 화농성 한선염을 알게 되다
본 캠페인을 통해 18년 만에 화농성 한선염을 알게 된 이홍기의 담담하지만 힘 있는 자기고백은 큰 울림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자발적인 캠페인 확산과 환자의 참여는 당초 목표했던 바를 크게 상회하는 유의미한 결과들을 도출했다. 우선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온라인 점유율이 급증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캠페인 및 질환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 캠페인 런칭 전월 대비 소셜미디어 언급량이 3배 이상 상승했으며 질환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언론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의 자발적인 2차 콘텐츠 생성으로 이어져 그 효과가 확대됐다. 관련 게시물 수는 590개가 생성됐고, 좋아요와 댓글은 4만 8000여 건, 조회수는 346만 회를 기록했다.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언론 보도 및 관심도가 급증하여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화농성 한선염 키워드를 포함된 언론 보도는 전년 동기 대비 223.3% 증가(120→388건)했으며 심층 기사는 전년 동기 대비 280% 증가(5→19건)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뒤따랐다. 화농성 한선염 연관 키워드 분석 결과, 전년 동기 대비 긍정적인 키워드 노출이 증가했다. 캠페인 전에는 ‘심하다’, ‘악화되다’ 등 부정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캠페인 후에는 ‘관리하다’, ‘완화하다’, ‘치료 가능하다’ 등의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 질환에 대해 치료 및 관리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Shine a Light on HS’는 몰라서 지나칠 수 있는, 그러나 개인의 삶을 내밀하게 파괴할 치명적 질환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외된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 시선이 PR의 의미와 효과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 캠페인으로 공동체의 지식과 삶을 보다 나아지게 한 사례다.
한편 한국노바티스의 '화농성 한선염에 빛을 비추다 캠페인'은 11월 22일 올해 한국PR대상 공익 캠페인 부문 최우수상에 수상받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