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헬스케어 시장,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SPECIAL] 2024 PR 키워드

By Patient·홈케어·젊은 건강인·마음 건강 챙기기 등
갈등과 변화의 헬스케어 시장, PR의 역할 주목받는다

  • 기사입력 2024.12.02 08:00
  • 최종수정 2024.12.02 10:23
  • 기자명 김동석

더피알=김동석 | 2024년 한 해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와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환자가 주도하는 By Patient 시대, △헬스케어의 경연장, 가정(Home), △젊은 건강인의 탄생, △필수가 된 마음 건강 챙기기 등 헬스케어 시장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다.

한편으로는 의대 증원 문제로 의정(醫政)이 대립하고, 디지털 헬스는 기존 의료 제도와 충돌하는 등 ‘갈등’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변화’를 주도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헬스케어PR의 역할이 중요했던 한해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자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 – By Patient 시대로 진화

헬스케어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비대칭이 점차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겠다. 의사에서 환자로, 병원에서 가정으로, 노인에서 젊은이로, 신체적 건강에서 정신적 건강으로 균형추가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환자의 역할이 더욱 강화된 한해였다. 환자들은 치료의 대상만이 아니라, 건강 정보의 생산자이자 커뮤니케이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유명인은 물론 평범한 환자들도 건강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됐다. 과거와는 달리 환자라는 사실을 감추기보다는 당당하게 공개하는 분위기다.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출판 등을 통해 적극 공유하고 교류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7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7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는 환우회의 역할도 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어려움에 처한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함께 만나 해법을 찾는 ‘환자 샤우팅 카페’ 등의 활동을 통해 환자의 간절한 외침을 사회에 전달하려 애썼다.

의정갈등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1형 당뇨병에 대한 중증난치질환 인정 및 ‘췌도부전’으로 병명을 변경하기 위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환자의 ‘스토리’는 의사의 ‘전문성’만큼이나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며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환자를 위한(For Patients) 의료 서비스가, 환자와 함께(With Patients)의 단계를 거쳐, 이제 환자가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By Patient’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건강 시대 이끌고 있는 홈케어 열풍

헬스케어가 병원의 경계를 넘어 개인의 생활로 들어오고 있는 것 또한 큰 변화 중 하나다.

가정은 어느새 헬스케어의 경연장이 되어 가고 있다. 혈압계, 혈당측정기 같은 기본적인 기기뿐 아니라, 개인용 심전도 모니터, 산소포화도 측정기, 스마트 체중계 등 가정용 의료기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진료와 개인 건강 모니터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의료기기 제조사들은 병원용 장비를 가정용으로 축소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10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한국전자전(KES 2024)'에서 참가업체 관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한국전자전(KES 2024)'에서 참가업체 관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의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동 가능한 스마트워치는 심박수, 혈압, 체성분 등을 측정하며 개인이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의사와의 원격 상담에서 활용될 수 있어 헬스케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LG전자는 개인용 레이저 피부 치료기 광고를 통해 ‘집에서 병원 수준의 피부 관리’를 강조하며 홈케어의 일상화를 내세웠다. 세라젬의 가정용 의료기기는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헬스케어가 병원을 넘어 가정으로 들어오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관련 시장의 성장뿐만 아니라, 건강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헬스케어는 선택이 아닌, 우리 일상 속 필수적인 동반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맞춰 헬스케어 PR 역시 ‘전문 의료’에서 ‘생활건강’으로 지평이 확대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노인에서 젊은 건강인으로, 신체 건강에서 정신 건강으로

건강은 주로 노인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 특히 20~30대가 건강 관리의 주체로 떠오르며 ‘젊은 건강인(人)’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러닝 크루(달리기 동호회) 열풍은 가장 주목받은 사례 중 하나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주도하는 이 운동 문화는 사회적 연결을 강조한다. 개인의 건강 관리를 넘어, 건강한 삶을 함께 나누고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집단적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젊은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마케팅도 활기를 띄고 있다.

CJ올리브영은 헬스+(헬스플러스) 앱인앱 서비스, 헬시어터(Healtheatre) 캠페인, 슬로우에이징(Slow-Aging) 캠페인 등 젊은 세대의 건강과 웰니스를 강조하는 다양한 헬스케어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청소년의 건강한 미의식 형성을 목표로 ‘밋 유어 뷰티(MEET YOUR BEAUTY)’라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는 등 전통적인 헬스케어 기업뿐만 아니라 뷰티, 식품 기업의 ‘헬스케어’를 중심에 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이제 건강을 더 이상 나이에 따라 나뉘는 주제가 아닌, 삶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신 건강(Mental Health) 문제를 솔직히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을 겪은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정신 건강이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Health)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신체적 건강이 강조되었던 기존의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 몇 년간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편견 속에서 숨겨야 할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수그러들고 오히려 ‘마음 챙김’은 나를 위한 필수적인 관리라는 인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엔자임헬스가 운영 중인 건강책방 일일호일에서 소개하는 건강책의 절반 이상이 마음건강과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가 역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 ‘마주해요 캠페인’ 등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헬스 캠페인에 적극적이다.

정신 건강은 이제 개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신 건강을 위한 국가적 정책, 개인의 자발적 노력,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가 어우러지며, 건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갈등의 헬스케어 시장, 주목받는 PR의 역할

2024년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다. 의정 갈등의 다양한 원인 중 과거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전공의라는 젊은 의사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의도와 목적’ 못지않게 ‘소통 과정’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던져 주었다.

지난 한 해,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는 모든 산업에서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헬스케어 분야에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규제의 벽이 높고 새로운 서비스의 수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병·의원 진료 예약 플랫폼 ‘똑닥’의 예약 및 접수 기능 유로화로 인한 논란,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는 약사법 위반 논란이 쟁점이었다.

최소한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소비자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면, 헬스케어 시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관리에 있어 헬스케어PR의 역할이 주목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23년에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 수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겨울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2023년에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 수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겨울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2024년 한 해를 관통했던 ‘변화’와 ‘갈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 예상된다. 거기에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가 헬스케어 시장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

내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1960년생(만 65세)을 시작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지속될 60년대생, 70년대생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와 노인 인구 편입은 돌봄과 건강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이 같은 변화된 인구 구조는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세대간 갈등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다가올 또 다른 변화와 갈등의 시대에 헬스케어PR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