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텅텅 빌 때도 매장 늘린 CJ올리브영의 반전

“CJ올리브영, 창조적 파괴와 옴니채널 전략으로 유통혁신 주도”
경영학회 등재지 KBR에 ‘CJ올리브영의 창조적 파괴’ 논문 게재
권상집 교수, 옴니채널 전략 의한 K뷰티 혁신 역량 창출 분석
코로나19 때도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장한 이유
플필먼트 전략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 기사입력 2024.09.27 08:0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1999년 국내 최초로 헬스 앤 뷰티(H&B) 매장을 오픈하며 H&B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을 시작으로, 유통 및 이커머스 산업에서 지속해서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CJ올리브영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사례연구논문이 나왔다.

한국경영학회 발간 등재학술지 ‘Korea Business Review(KBR)’ 최근호에 게재된 ‘CJ올리브영의 창조적 파괴: 옴니채널 전략에 의한 K-Beauty 혁신 역량 창출’ 논문은 CJ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이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K-뷰티 및 K-혁신 역량 창출 과정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올해 6월 7일자 종가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롯데쇼핑과 이마트, 신세계 등 3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금액은 5조원이 약간 넘는 정도로, 비상장 기업인 CJ올리브영에 대한 시장 전망치 4~5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CJ올리브영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굳이 숫자를 찾아보지 않아도 대략 눈치챌 정도이긴 했지만,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국내 유통업계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말이다.

논문의 단독저자인 한성대학교 권상집 교수는 옴니채널 전략이 유통 및 이커머스 산업에서 혁신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라 보고, CJ올리브영이 단순한 H&B 1위를 넘어 글로벌 K-뷰티 커뮤니티 및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해당 전략의 기여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옴니채널 전략’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을 결합해 고객 중심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CJ올리브영은 각 유통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K-뷰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한국형 경영 혁신(K-Management)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 교수에 따르면 국내 경영학 연구에는 사례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 대부분의 사례연구가 실제로 해당 기업의 경영진, 실무진 등을 인터뷰한 후 정밀하게 결과를 도출하지 않고 연구보고서, 언론 기사에 나온 내용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권 교수는 언론 기사 및 보고서를 참고해 기업의 차별화 전략을 확인하고, 현장 방문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모하는 한편 CJ올리브영의 경영진 및 실무진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고, 경쟁사인 롯데, 쿠팡, 네이버쇼핑의 관계자들과도 추가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분석을 도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두 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는 CJ올리브영에서 3명, 경쟁사(쿠팡, 롯데, 네이버) 3명으로 구성했으며 5년 이상 근무한 30대 실무진과 10년 이상 근무한 40대 이상의 경영진(임원)을 대상으로 균형 있는 시각을 경청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위치한 신촌 타운 매장에서 개강일을 맞아 등교하는 대학생들을 축하하며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는 올리브영 직원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위치한 신촌 타운 매장에서 개강일을 맞아 등교하는 대학생들을 축하하며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는 올리브영 직원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코로나 위기를 확장 기회로

논문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롯데그룹의 유통 실무진(이하 L)은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시절, H&B업계에서 경쟁하던 랄라블라와 롭스는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접었다”며 “백화점, 영화관, 수영장, 휘트니스 센터 등 모든 오프라인 영업점이 문을 닫던 시기에 당연한 처사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L은 “이에 비해 CJ올리브영이 매장을 줄이지 않고 확대한 건 당시 유통업계에서도 어리석은 패착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올리브영 매장에도 고객이나 소비자가 없었던 건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분야의 선도기업인 쿠팡의 물류사업 담당실무진 인력(이하 C)도 “올리브영이 매장을 꾸준히 늘려갔을 때 한 가지 의아했던 건 오프라인 매장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었다”며 “매장에 고객이 없다는 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주하게 업계에서도 분석했던 기억이 있다”는 C는 “실제로, CJ올리브영이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 전진기지로 구축하기 전까지 이들의 확장 전략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올리브영은 H&B를 넘어 유통 분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플랫폼 구축의 계기로 활용한 CJ올리브영은 단순 화장품 가게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시기, 플필먼트(Fulfilment)서비스로 한 단계 더 진화해 가고 있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의 경영진은 “매장에 고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매장을 확대하자 동종업계에서는 저희의 확장에 관해 전략 실패를 거론하기도 했으나 저희는 역설적으로 온라인을 장악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공략이 필수라고 봤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는 고객은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해당 상품이 배송되기를 희망하고, 이를 위해서는 올리브영 매장을 화장품 가게가 아닌 온라인몰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물류센터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제품·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오늘 드림 서비스를 시작하자 매출과 이익은 2배, 3배씩 뛰기 시작했다”고 이 경영진은 밝혔다.

CJ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에 대해 네이버쇼핑 경영진(이하 N)은 “CJ올리브영은 단순한 H&B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온라인+오프라인’의 사업모델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플필먼트 서비스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사실상, 쿠팡과 동일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N은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이 매장을 코로나19 시기에 늘렸음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올리브영이 주도적으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고 빠른 배송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렸다는 걸 거의 모든 유통, 이커머스 기업들은 뒤늦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유통 분야에서 경쟁하고 쿠팡과 네이버쇼핑은 이커머스에서 격돌하면서 CJ올리브영이라는 기업을 안테나에 두지 않고 그야말로 H&B 1위 기업으로만 인식했던 결과”라고 N은 덧붙였다.

2023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민들, 관광객이 뷰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3년 1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민들, 관광객이 뷰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H&B에서 K-뷰티로 포커스 이동

L은 CJ올리브영의 변신과 영역 확대에 대해 “롭스, 랄라블라와의 경쟁 그리고 쿠팡 등과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 쟁탈이라는 프레임을 올리브영이 탈출한 건 영리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L은 “CJ올리브영은 기업 조직 자체를 H&B에서 K-뷰티에 포커스를 두었다”며 “K-POP 등 한국 고유의 대중문화에 관심을 보이며 방문하는 글로벌 여성 고객을 장악하기 위해 H&B라는 영역보다 K-뷰티라는 영역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에게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이 아닌 한국 고유의 뷰티(Beauty)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 L은 “쿠팡, 다이소, 컬리 등이 화장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CJ올리브영을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브랜드가 K-뷰티로 각인된 계기는 뭐였을까.

CJ올리브영 경영진은 “H&B는 유통, 이커머스 영역에 비해 작은 시장이라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도 파이를 넓게 키우기 어렵다”고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K-뷰티 플랫폼으로 방향성을 전환한 맥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MD(상품 기획자)들이 마케팅, 판매, 실적을 글로벌 영역까지 고려, 확장할 수 있었기에 지난 3년간 매출, 이익 역시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경영진은 밝혔다.

이 경영진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시장보다는 뷰티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올리브영 브랜드를 규정하는 것이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국내 화장품 시장을 벗어나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역설했다

한국형 풀필먼트 전략의 원조로 평가되는 쿠팡의 실무진 C는 “CJ올리브영은 국내에서는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SSU로 진화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K-뷰티 등으로 K-Management 혁신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C는 “올리브영은 조직 차원에서 이미 옴니채널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건 결국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모든 상품을 손쉽게 검색, 구매,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지금도 꾸준히 매장을 확장하며 이를 작은 물류센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C는 “올리브영이 다루는 상품이 많아지고 배송 시간이 단축된다면 이는 쿠팡이 지향하는 플필먼트서비스와 방향성이 동일하다”며 “CJ올리브영은 이미 유통과 이커머스의 중심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유통업계 불어닥친 창조적 파괴 바람

네이버쇼핑 경영진 N은 “CJ올리브영은 H&B와 뷰티 플랫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넘나들며 글로벌 K-뷰티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CJ올리브영이 코로나19 시기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센터로 활용해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유통업계에 창조적 파괴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유통 및 이커머스 분야의 경쟁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까.

N은 “롯데와 이마트, 신세계 등 오프라인 영역에 주력했던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하락하는 이유는 변화와 혁신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쿠팡의 시가총액은 롯데, 이마트, 신세계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5~6배 더 높다”고 지적했다.

“CJ그룹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는 현재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이 아닌 올리브영”이라고 지적한 N은 “CJ올리브영이 시장에서 4~5조원의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는 이유는 지난 3년간 그들이 매출과 이익에서 꾸준히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H&B와 뷰티 플랫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등을 넘나들며 한국고유의 K-뷰티 혁신을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코로나19 시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며 옴니채널로 업계의 성장에 관해 창조적 파괴의 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라고 N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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